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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적는 도서 리뷰

서평) 사려 깊은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by 소액 재테크 연구소 2021.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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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을 수 있는 책 한 권 소개합니다.

제가 직장 생활을 하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바로 "말하기"입니다. 좀 더 정확히 설명하면 "이쁘게 말하기"입니다. 같은 말이라도 기분 나쁘게 말하는 사람이 있고, 이쁘게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제 후배 중에도 이쁘게 말하는 대표적인 한 명이 있는데, 제가 좋아하는 후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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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하다는 핑계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사람 중에 "나는 솔직해서 그렇다”라고 스스로를 변호하는 사람이 많다.

솔직한 것과 남에게 기분 나쁜 말을 하는 건 다른데, 자신은 솔직하기 때문에 아무 말이나 해도 된다는 식은 곤란하다. 남이 기분 나쁜 말을 솔직하게 하느니, '하얀 거짓말'로 상대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편이 훨씬 낫다. 그걸 거짓말쟁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모두 서로를 띄워주면서 살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솔직하다는 핑계로 상대를 기분 나쁘게 만드는 건 안될 일이다. 내가 솔직하다는 핑계가 남을 기분 나쁘게 할 수 있는 권리가 되지는 않는다.

- 대화의 내공

아이들이 부모를 싫어하는 이유나, 직장인들이 사장을 싫어하는 이유가 똑같다고 한다.

부모나 사장이나, '맞는 이야기'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맞는 얘기'를 '기분 나쁘게' 한다는 것이다. 공부 열심히 해라, 공부해서 남 주나, 일 열심히 해라, 주인의식을 가져라 등등 다 맞는 이야기인데, 듣는 사람이 기분 나쁘게 한다는 거다.

그래서 아이들은 부모의 말을 싫어하고, 직장인들은 사장 말을 달갑게 듣지 않는다. 맞는 얘기인데 기분 나쁘게 들리니, 그게 약발을 발휘할리가 없다. 이런 식의 대화가 즐거울 리 없다.

아빠와 아들의 흔한 대화다.

"공부해." “공부하느라 힘들어요."

"뭐라고? 아빠는 더 힘들어, 이놈아. 지금 글로벌 위기야. 다 힘들단 말야."

아내와 남편의 흔한 대화다.

"여보, 요새 나 힘들어." "뭐? 나는 당신 만나서 더 힘들어. 그때 결혼을 잘못해서 40년째 고생이야."

내공의 힘이란 것은 참으로 크다.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다. 꽃은 열흘을 못 간다. 하지만 뿌리가 튼튼하면 다음 해에 다시 꽃을 피울 수 있다. 뿌리가 없으면 열흘 피었다가 지면 그만이다. 사람도 그렇다.

내공이 없는 사람은 오래가지 못한다.

잠깐 반짝였다가 사라지게 마련이다. 얼굴 예쁜 거 하나로 배우가 되었다가 바닥을 기는 연기로 '발연기'라는 혹평을 받고 사라지는 경우와 비슷하다. 뿌리가 깊고 내공이 깊으면 오래간다. 당장 반짝이지 않더라도 언젠가 기회가 올 때 그 빛을 오래오래 발할 수 있다.

- 대화의 내공

대화에도 내공이 필요하다. 겉도는 의례적인 이야기가 한 순배 돌아가고 난 다음부터는 대화의 내공이 있는 사람이 확연히 구분된다.

어른이 되어서 철이 다 들고나면 세 가지를 안 한다고 한다.

우선, 계절에 대한 표현이 없어진다.

날씨에 대한 표현은 '덥다'와 '춥다', 이 두 가지만 한다. 아름다운 계절에 대한 표현이 없어진다.

두 번째로, 동물에게 말 걸기를 안 한다.

아이들은 강아지에게 말을 건다. 그런데 아저씨들은 개를 먹어버린다. '내 안에 개 있다.' 이렇게 되는 것이다.

세 번째로, 콧노래 부르기를 안 한다.

지상에서는 노래를 안 부르고, 지하에서 도우미 자매님들과 함께 있을 때만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다.

대화의 맛이 있을 때 음식이 맛있어진다. 아무리 산해진미를 갖다 놓고, 꽃보다 아름답게 차린 예술적 한식이라고 해도, 대화가 맛 없으면 음식 맛도 없어진다. 맛있는 음식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즐거움이 있을 때 나는 가장 행복하다.

- 바람 같은 마음이 머물게 하는 말

마음에 남는 말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앞에서 할 수 없는 말은 뒤에서도 하지 마라. 뒷말은 가장 나쁘다.

둘째, 적게 말하고 많이 들어라. 들을수록 내 편이 많아진다.

셋째, 목소리의 톤이 높아질수록 뜻은 왜곡된다.

넷째, 흥분하지 마라. 낮은 목소리가 힘이 있다.

다섯째, 듣기 좋은 소리보다 마음에 남는 말을 하라.

여섯째, 내가 하고 싶은 말보다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을 하라.

일곱째, 칭찬에 '발'이 달려 있다면, 험담에는 '날개'가 달려 있다.

여덟째, 나의 말은 반드시 전달된다. 허물은 덮고 칭찬은 자주 하라.

-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고 가슴은 뜨거운 게 좋다. 그래야 논리와 감성이 조화가 될 것이다.

그런데 그 반대가 되면 곤란하다. 머리는 뜨겁고 가슴은 차갑다면, 냉정하다가 폭발하는 사람이 되는 거겠지.

감성이 사라지면 삭막한 일상만이 남을게다. 감성 과잉도 문제지만, 감성 없는 논리만 가지고 살기에는 삶이 너무 팍팍해지지 않을까? 감성도 훈련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감성이 없어진다고 느낄수록 감성훈련이 필요하다.

김연아가 출전한 소치 동계 올림픽의 해설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우리나라 해설가는 점수에 기반을 두고 해설을 했다. "넘어지면 안 돼요. 감점입니다." "저 트리플엑셀은 3점이에요. 정말 훌륭합니다."

그런데 유럽의 해설가들의 방송 해설은 화제가 될 정도로 방향이 달랐다.

"제가 잘못 봤나요? 천사가 아이스링크로 내려온 건가요? 오늘 밤은 정말 축복입니다. 감사합니다. 신이시여!" 이런 식이었다. 피겨 스케이팅 점수야 심판들이 내릴 거니까 방송에서 해설가는 해설만 하면 된다. 그런데 우리 해설과 유럽의 해설이 너무 달라서 화제가 될 정도였다.

- 최고로 시원한 말

내가 최근에 들은 최고로 시원한 말은 박막례 할머니의 다이어트론이다.

"다이어트면 다이어트지. 다이어트 음식 같은. 놀고 있어. 살 빼려면 처먹지를 말어." 다이어트에 관해 이토록 시원한 말은 없었다. 안 먹으면 될 것을, 무슨 다이어트 음식 타령인가?

"물만 먹어도 살쪄요." 물만 먹어서는 절대 살이 찌지 않는다 분명 물 외에 다른 걸 많이 먹어서 찌는 거다.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보면 박막례 할머니의 2017년 전까지 그의 삶은 기구했다. 1947년 2남 4녀 집안의 막

내 딸로 태어나 '막례'라는 이름을 받았다. 오빠 둘은 6·25전쟁 때 모두 죽었고, 아버지는 집안에 아들이 없으니 가르칠 사람이 없다며 딸들에게 집안일만 시켰다. 스무 살에 결혼을 했는데 남편은 3남매를 낳자 집을 나갔다.

파출부와 식당일, 리어카 장사까지 안 해본 일이 없다. 파출부 세 탕을 뛰고 식당일까지 마치고 오면 자정이 넘었다. "비참한 인생이었어. 내가 살면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은 그 힘든 와중에도 자식들 버리지 않고 끝까지 길러낸 거야. 내가 내세울 건 없어도 그거 하나는 자부심을 갖고 살아."

그런데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 했던가. 71세가 되던 해, 박막례 인생이 완전히 뒤집어져 버렸다!" 박막례의 삶이 뒤집힌 건 손녀 김 씨가 우연히 유튜브에 올린 영상들 덕분이었다.

박 할머니의 인생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두 가지 명언이 있다.

"왜 남한테 장단을 맞추려고 하나. 북 치고 장구 치고 니 하고 싶은 대로 치다 보면 그 장단에 맞추고 싶은 사람들이 와서 춤추는 거여."

"고난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이여. 내가 대비한다고 해서 안 오는 것도 아니여. 고난이 올까 봐 쩔쩔매는 것이 제일 바보 같은 거여. 어떤 길로 가든 고난은 오는 것이니께 그냥 가던 길 열심히 걸어가."

- 세치혀의 실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정에서 한 실언도 기사로 난 일이 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 사실을 진술하면서 "회장님(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살아계실 때부터"라고 말했다가 다급하게 "회장님이 건재하실 때부터"라고 정정했다. 이를 지켜보던 몇몇 방청객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심지어 이재용 부회장이 '말실수'를 한 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는 보도가 나온 다음날이었다.

말실수가 기적 같은 결과를 낳은 사례도 있다.

바로 동서독의 통일이다. 1989년 11월 9일 동독 정부의 정치국 대변인 샤보브스키는 '외국 여행 규제 완화' 정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말실수를 한다. 정책심의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던 그는 "서독을 포함한 외국 여행을 자유화한다"고 공표해버렸다. 이어 "언제부터 시행하느냐?"는 한 이탈리아 기자의 질문에 "지금 당장"이라며 연이어 말실수를 했다.

방송을 본 동서독 시민들은 당장 뛰쳐나와 베를린 장벽으로 향했다. 시민들을 막던 경계병들도 방송을 믿고 국경을 개방했다. 동서독 시민들은 망치로 장벽을 부췄고 그렇게 베를린 장벽은 붕괴되었다. 이후 1990년 10월 3일 동서독은 마침내 통일을 이루었다.

- 같은 뜻이라도 더 와닿는 말

숙명여대의 전 총장인 이경숙 총장은 재임 기간 중에 1천억 원 이상을 모금했다.

건물, 기자재 기부까지 합하면 3천억 원 가량 된다. 1천억 원 이상을 모금하려면 어디 가서 돈 달라고 하는 후원금 요청 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다.

모두에게 편지를 보내서 가장 유명한 모금은 숙명여대 졸업생 '모교를 위해 등록금 한 번만 더 내기' 운동을 한 부분이다. 졸업생들이 편지를 받고, 모교를 위해서 등록금 한 번은 더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모인 돈이 무려 수백억 원이었다.

등록금을 한 번 더 낸 졸업생들도 있었고, 두 번 이상 더 낸 졸업생들도 있었다.

'모교를 위해서 평생에 등록금 한 번만 더 내자.' 이런 편지에는 웬만한 졸업생들이 다 '그래, 나도 힘들지만 한 번은 더 낼 수 있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후원금 약정서 10만 원, 100만 원 등에 동그라미 치는 일과는 차원이 다르다.

당시에는 이경숙 총장이 어디 가서 30분만 말하면 몇 천만 원 후원금으로 들어왔다는 소문(?)이 교수들 사이에 있었다.

나중에 직접 한번 여쭤본 적이 있다. 어떻게 그런 후원을 끌어낼 수 있었냐고 말이다.

이렇게 설명했다. "돈을 달라고 하면 안 돼요. 목적이 돈이 되면 안 되고, 미래를 위한 꿈을 함께 나눌 수 있어야 해요 나는 한 번도 돈을 달라고 한 적이 없어요. 여성들의 교육을 위해서 어떤 일을 앞으로 함께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같이 꿈을 나누었어요. 마음이 움직이면 돈 이야기를 안 해도 도와주십니다. 나를 위해서 뭘 해달라는 게 아니라 여성 교육을 위해서 함께 일을 하자는 거니까 어디 가서든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 면접, 책임과 권리 사이

여러 기업에서 임원을 오래 지낸 분이 신입사원에 대한 경험을 이야기하셨다. 신입사원 채용 면접을 볼 때 태도를 보면 미래가 보인다는 것이다.

면접 때 "여기 연봉은 어떻게 되나요?" "연봉 인상 기준은 뭔가요?" “복지는 어떤 게 있나요?" 이렇게 자신의 처우에 대해서 물어보는 지원자가 있다. 뽑아주기도 전에 자신의 '권리'에만 관심이 있는 경우다. 그러면 당연히 마이너스다. 면접까지 와서 이런 태도를 보이겠나 싶지만, 정말 이런 태도를 자주 본다고 했다.

반면에 "저는 이런 꿈과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회사에 들어오면 제가 그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들어오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면 플러스가 된다. 이 회사에 와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더 관심을 가지는 지원자가 더 예뻐 보일 수밖에 없다.

회사의 직원은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 회사는 월급이나 복지로 그들의 '권리'를 챙겨준다. 그런데 책임에는 관심이 없어 보이고, 권리에만 관심을 가지는 지원자를 누가 뽑고 싶을까? 취업 면접에서 실제 어려운 질문을 받을 수 있다. 어려운 질문에 겨우 답했는데, "가식적인 답변이네요." 혹은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까?"라는 반응이 나올 때 기분이 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질문은 면접자를 일부러 궁지에 몰아넣기 위한 질문임을 알아야 한다. 이런 질문에 동요하지 말고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인사담당자들이 지원자들을 당황케 한 다음 이를 어떻게 모면하는지를 체크하기 위해서 던지는 의도적인 질문들이다. 기업은 단순 인재보다는 뜻하지 않는 위기의 상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인재를 원한다.

황당한 질문에는 건전한 상식과 사실을 바탕으로 논리적인 추론을 끌어내어 면접관을 설득해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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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서평은 좀 길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 와닿는 내용이 많았기 때문이고요. 특히나 마지막 면접관의 인터뷰 내용은 크게 공감이 됩니다. 제가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신입사원 면접을 볼 때에 예상질문과 답변을 많이 준비했었습니다. 차분하게 잘 대답을 마쳤는데, 마지막으로 저에게 던진 질문이 있었으니...

"큐에미군은 키에 비해 몸무게가 적게 나가는데 건강에 문제가 없나요?"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받아 당황했었는데 아래와 같이 답변을 했습니다.

"제가 많이 마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저희 집안 내력입니다. 저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 마른 체격이신데, 중요한 것은 겨울에 감기 한번 안 걸릴 정도로 건강한 체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감기약을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 말을 들은 면접관들이 모두 크게 웃었습니다.

면접장을 나와서 떨어졌다고 생각했었는데 합격했더라고요.

사실 거짓이 좀 보태어졌습니다.

건강하지만 감기약은 먹죠. 이 말 한마디 덕분에 제가 합격을 한 게 아닌가 합니다.^^

말을 이쁘게 하는 것도 배워야 합니다.

특히나 조직사회에 속해 있거나 사람을 상대로 일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지요.

저는 쉽고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이쁜말 많이 하는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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