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좋아하는 분으로부터 추천받아 읽은 책입니다.
본 책의 저자인 하일브로너는 미국 경제학 박사님으로 30년간 교수로 활동하셨던 분입니다. 공동 저자인 레스터 서로도 하버드대학교 박사에 MIT 교수로 활동하셨던 분으로서 세계적인 석학 두 분이 공동 집필하신 책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내용이 어렵습니다. 그동안 경제학, 자본주의에 관한 책을 수권 읽었음에도 요약해서 정리하기가 참 어렵더군요. 그래서 다른 책에 비해서 완독하는데 시간이 조금 더 필요했습니다.
어려운 내용이지만, 두 번 이상씩 읽으면 좋은 책입니다. 경제와 자본주의 관해 두루 알 수 있는 좋은 내용이 많습니다. 좋은 내용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 머리말
오늘날 경제 부문에는 당혹스러운 변화가 일고 있다. 우리 주변의 세상이 바뀌고 있고, 또 앞으로도 계속 바뀌어 나갈 것이 확실한데, 이것이 모두 우리 마음에 드는 식으로 진행되지는 않으리라는 의미다. 이러한 변화 중의 하나는 세계의 규모가, 즉 경제활동 측면에서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국가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변화는 소득 분배와 관련이 있다. 최상위 계층의 소득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데 다른 계층의 소득은 줄어들고 있다. 부유층은 갈수록 더 부유해지고 중산층은 점점 가난해지니 앞으로의 경제 전망에 확신을 가질 수 없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경제학의 기초, 거시 경제
- 자본주의의 구원 투수 케인스
몇몇 분야에서 케인스는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인스는 경제학 분야에 새로운 지평을 연 위대한 경제학자 중 한 사람으로서, 경제학 분야가 낳은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히는 애덤 스미스나 마르크스에 비견되는 인물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보수주의 경제학자로 공인된 프리드먼도 "우리 모두가 케인스주의자"라고 선언할 정도다.
위대한 경제학자들은 모두 그 시대의 산물이다. 스미스는 자본주의 발생 초기의 낙관주의를 대표했고, 마르크스는 산업 사회의 가장 서글픈 희생자들의 대변인이었으며, 케인스는 이후에 벌어진 대공황의 산물이었다.
- 소비의 수동성과 투자의 적극성
투자 결정은 항상 미래 지향적이다. 현재 투자할 의욕이 있더라도 투자 여부를 계산할때에는 반드시 해당 기업의 앞으로의 수입 흐름이 어떻게 될지를 감안해야 한다. 투자 결정이 충동과 욕구에 따른 소비자의 결정과는 달리 불안정한 것도 본질적으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추측 또는 예측에 근거한 전망은 소비 지출과는 달리 급작스럽게 뒤집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차이는 GDP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소비는 유동적이지 않지만 투자는 본질적으로 유동적이다. 단기적으로 재고 구매에서 진폭이 커지곤 하는 것도 이런 유동성 탓이다.
미시 경제, 현대 경제학의 고민
- 경제에서 정부의 역할
보수주의 경제학자들의 결론은 논리적으로 대략 이렇다. 정부는 최저임금 같은 것을 정할 필요가 없다. 또한 적법한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것이 아닌 이상 그 어떤 특별한 경제 조치를 취할 필요도 없으며, 시장의 작동에 따라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닌 '고용 창출'을 목적으로 수요를 부추길 필요도 없다. 설사 정부 지출로 현재의 노동 상황이 개선되었더라도 이는 순전히 운이 좋아서 그런 것일 뿐이다. 결국 정부는 시장에 축적되는 무수한 정보에 더할 수 있는 것이 없으며, 주어진 정보마저 시장보다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 새로운 사회 계약
자본주의는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다. 어떤 직원이 핵심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지, 이런 직원을 회사의 장기적인 전략 목표와 어떻게 묶을 수 있는지를 결정해야 할 순간이 되면 대부분의 기업이 너무나 어이없는 모습을 보인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핵심 근로자들에게 회사나 조직 전체에 대한 충성심은 버리고 자기 앞날만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이런 내적 모순은 경영층 내부에서 가장 먼저 드러나는 경향이 있다. 과거 젊은 관리자들에게는 훌륭한 회사에 들어가 직원으로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성공의 길이라고 충고하곤 했다. 만약 지금 와서 젊은 관리자들에게 똑같이 말한다면 비웃음만 살 것이다. 인원 감축 과정에서 이와는 전혀 다른 메시지가 이미 직원들에게 전해졌고, 그에 따라 전혀 다른 정서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성공을 위해 가장 빠른 길은 무자비할 정도로 이기적이 되어서 가능한 최단기간에 최대한 많은 보수를 받아 내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 소득 불균형의 확대와 재생산
가난한 상태에서는 빈곤의 악순환이 시작된다.
사람들이 가난한 것은 생산적인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가난한 탓에 생산적인 기술을 익히는 데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지 못하는 것이기도 하다. 빈곤층 젊은이들은 일을 해야 한다는 의욕이 별로 없다. 열심히 일하는 어른의 모습을 많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열심히 일하는 어른이라는 역할 모델의 부재가 다음 세대까지 그대로 이어진다. 이런 식으로 원인과 결과가 뒤범벅이 되어 그 어떤 희망도 갖지 못하게 된다.
가난한 이들 중 많은 수가 일터에서 밀려나거나 스스로 그만두고 수입의 대부분을 정부의 이전 지급에 의존하고 있다. 결국 이들의 소득은 자신의 생산력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자선을 베푸는 정도에 따라 좌우되는 셈이다.
그럼 소득 수준이 최상의 계층은 어떤가?
생산성이 이들의 높은 소득을 설명할 수 있을까? 최상위 계층에서는 재산이나 자본 소득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근로 소득이 중요하지 않다. 물려받은 재산이 많아서 이들의 경우에는 개인의 생산성이나 기여도를 가지고 설명할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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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기초부터 거시 경제, 미시 경제와 현대 경제학의 고민, 세계화와 양극화까지 다양한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책입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는 조금 맞지 않는 내용도 있습니다.
초판이 1994년에 나왔고 개정판은 2009년에 나왔으니 시간적 간격이 넓습니다. 그럼에도 경제학, 자본주의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미 20년 전부터 경제학자들이 주장했었던 세계화로 인한 노동력의 분산, 국가주의 출현도 현재 나타나고 있습니다.
책의 내용 중, 소득의 불균형 부분이 가장 와닿았습니다.
갈수록 빈부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가난이 대물림되고 있으며, 빈곤층은 그런 현실에서 벗어나기 힘들뿐더러 그럴 생각조차도 없습니다. 놀고 있는 20대 청년은 취업 생각이 없습니다. 실업급여가 나오는데 굳이 힘들게 일해가며 돈을 조금 더 받는 것이 의미 없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주민센터에 찾아와 다음 달에 나올 실업급여를 가불로 받을 수 없냐며 문의하는 청년들도 있습니다.
모두가 용이 될 필요는 없겠으나, 희망을 잃고 불편한 현실에 안주하고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한국 사회의 미래가 참 어둡게 느껴집니다. 노동하지 않고 배급 받아 살아가는 사회가 좋을까요? 이기적으로 생각하면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기회가 더 늘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을 일부로 악용하는 사람들도 있겠죠. 조금 씁쓸하기도 합니다.
본질은 바뀌지 않으니 경제공부는 게을리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쉬운 책은 아니었으나, 평소 자주 듣던 내용들이 책에 많아서 공부가 되었던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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